2015
2015.10.10
believe.in.the.best
2015. 10. 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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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습을 하러 가는 길,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츄오센을 타고 무사시노선으로 갈아탔다. 이 노선만 55분을 타야하는 대장정. 무사시노선은 화물 운송 차량도 다니는데, 그래서인지 왜인지 역 사이 간격이 짧고 역도 참 많다. 50분 이상 가야하니까 반드시 앉겠노라 생각하며 10분에 한 번 오는 전철을 항상 플랫폼에 서서 기다린다. 내가 타는 역에선 서서 기다리면 항상 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텅텅 비어있다.
하지만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 여유를 부린 죄로 좌석 맨 끝자리를 확보하진 못했다. 악기와 내일 입을 옷 같은 것들 때문에 짐이 세 개나 있어서 어정쩡한 자세로 다리 사이에 가방과 악기 케이스를 텐트 세우듯 끼워넣었다.
연습할 곡 음 딴 걸 다시 확인하다 창 밖 풍경을 보다가. 꼬마 여자 아이 가족이 전철에 타고는 내 건너편에 앉았다. 어떻게 저렇게 작은 신발을 신고 있는지, 앉기 싫어하는 아이는 한 다섯살은 됐을까, 서서 우물쭈물하고있는 걸 상냥한 얼굴의 아빠가 이리 오라고 해서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앉았다.내 옆에 앉은 언니가 내리면서 맨끝자리를 확보하고 나니, 아까까지 대각선 앞이다가 정면에 보이게 된 꼬마 엄마가, 왜 등받이에 기대지않고 꼿꼿히 허리를 피고 앉아있었는지 알게됐다. 어머, 아기의 통통한 발가락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가운데에 앉아 뒤집어지고 엄마한테 달라붙다가 엄마 뒤에 숨어있는 동생이랑 장난치는 꼬마.
그 장면을 바라보고있자니, 두 살 정도 됐을까싶은 애기를 안고 세 명 가족이 탔다. 내려놓으니 아장아장 걷는 애기는 엄마아빠의 센스로 등산이라도 가는 듯한 패션에 배낭을 매고, 발도장이라도 찍는지 한 발을 계속 통통통통 굴렀다. 그러다가 아빠가 보폭을 널찍히 벌린 두 다리 사이를 마치 다리 밑을 통과하듯 비집고나온다. 휘청휘청하는 걸 배낭 손잡이를 잡고, 또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뻐하는 엄마아빠.
그걸 흐뭇하게 쳐다보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자기 아이를 두 명이나 데리고 있던 꼬마들 엄마도, 그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쳐다본다. 그러던 중, 아까 그 여자 아이가 꼬꼬마에게 다가갔다. 치마를 입고있는 꼬꼬마가 예뻤던걸까, 아이의 아빠는 애가 뭘 하려는 지 모르니까 자기 쪽으로 잡아둘 수 있게 가까이 가면서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앉아있던 엄마도 일어나서 어쩌다보니 두 엄마 아빠가 애기들 주위를 감싸고 서 있게됐다. 안녕, 안녕이라 해야지, 엄마의 말을 들으며 입을 다물고 있던 아이는, 꼬꼬마의 손을 잡았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두 아이, 서로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그 모습을 한 두 정거장 서서 지켜보던 엄마아빠들. 두 가족은 같은 역에서 내려서 서로의 목적지로 향했다. 나는, 목까지 눈물이 차오르는 걸 코를 훌쩍거리며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