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1
0.
어째서였는지는 모르겠다,
교토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마침, 단풍이 예쁘게 들어있을 시기였고,
연이은 휴강으로 시간도 비었다.
해야할 것만 같은 부수적인 것들을 놔버리지 않으면
다음 주에 다시 마주해야 할 것이 돌아오고
가을이 지겠지.
외로우려나,
그런 기우에 마침 나라(奈良)에 살고 계시는 작가분과
도쿄에서 같은 날 같은 장소로 향하는 선생님께 연락을 하면,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우리는 곧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사카에 살고 있는 작문 선생님만 만났다.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낸 건 2년 전,
얼굴을 본 건 그것보다 더 오래되었는데
역에서 만나자
"뭔가 분위기가 어른스러워졌네"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얘기를 나누던 도중에
"예전 그대로 안 변했네"라고도 했다.
둘 다 예상한 말이었지만,
첫마디에는 기뻐하고
이어진 말에는 안심했다.
1.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친하게 지내온 이들은
글을 통해서 대화를 한 사람들이었다.
당신은 내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쓴 글부터 시작해서
거의 10년 가까이 내가 쓴 글을 봐왔고,
그래서 내 안의 일관된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다.
엄마랑 동갑이고
그래서 부모란 존재의 행동이 왜 그런 건지 함께 생각해주는 사람.
동시에 친구 같기도 해서
얘기할 때 자연스럽게 (내가) 때리기도 하는,
생각해보면 조금 신기하고도
고마운 관계.
그간 지낸 이야기 하며, 여러 인간관계하며,
그랬다, 논리정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두서없는 이야기의 흐름이
어쩌면 필요했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많이도 들었어.
앞으로 조금씩, 하나하나 떠올리고
주워 담아 마음 한 켠에 담아두려 한다.
2.
예전에 돌려 듣던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지나간 과거의 감정이 뒤따라와 퍼뜩 떠오르는 경험은 자주 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같은 노래를 듣던 도중에 바뀐 나의 감정이 노래에 입혀지고
새로운 색을 머금었다.
그리고 계속 잊고 있던 노래가 문득 떠올랐을 때
가사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하는 언어의 노래여도
뒤이어 찬찬히 살펴보면 그 순간에 꼭 맞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배반당하지 않는 직감도 함께했다.
이 느낌을 소중히 하고 싶었다.
3.
시간의 변화를 말의 잎이 담아낸다.
마음의 변화는 그것이 담아내지 못해도 좋다.
기도를 하여도 모든 답을 얻어낼 수는 없으니
내게 있어서의 기원의 방법을 찾겠다.
한 달의 마지막 날을 보내주고나서
이제 찾아온 겨울을 안고
차가움이 누그러지도록 품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