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01.26

believe.in.the.best 2020. 1. 23. 18:44

 

0.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을 찾게 되는 건

심적인 부담과 같은 정도로 몸에도 부하를 가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만난 의사가 그렇게 말했다며,

'선생님'(그녀는 자길 선생님이라 부르지 말라는 방침을 내건 교원이었다)이 말한 걸 기억한다.

 

그렇게 정신적인 부분과 신체적인 영역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거려나,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1.

몇 주 동안 마치 집중강의를 듣는 것처럼

교수님의 퇴임 기념 강연이나 박사논문 구두심사를 들으러 다니고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과도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얘기를 하다 보니

머리에 계속 강도 높은 부하가 걸리고,

그것들로 인해 느낀 것들을 하나하나 말로 풀어낼 여력이 없어서

몸을 움직이면서 해소한 것 같다.

 

신체적으로는 힘들게 느껴지는 운동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몸은 노력한 대로 반응을 해주네,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여름에는
걷고 뛰는 걸 하루하루의 낙으로 여기게 됐다.

 

2.

이런 식으로 생활을 돌리다보니 

날짜 감각도 요일 감각도 없다가,

어제가 한국 설날이라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말해줘서 알았다.

일본에 온 후로 한국에서 명절을 보낸 적이 없기도 하고

형식적인 인사는 굳이 안 해도 되겠다 싶어서

신정에도 구정에도 연하장이나 새해인사를 적극적으로 보내진 않지만,

그런 수동적인 나에게도 연락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겐 답장을 한다.

뭐랄까, 의외인 사람에게서 인사를 받으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의미 있는 사람이었나 싶어서 갸우뚱하기도 하고

친밀감과 거리감 사이에 있는 무언가의 감촉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명절은 아주 살갑지도 낯설지도 않은

독특한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한다.

 

3.

오늘부로 어느 정도 대외적인 것들은 일단락되었다.

근데 어제 언니의 도움을 받아서 가구 배치를 바꾸고

집 안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이리저리 놓여있어서인지

마치 새로 이사를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뭔가 싱숭생숭하다.

그렇네, 달을 기준으로 한 새해가 막 시작된 모양이지만
학기는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나는 나에게 인사를 건네자,

이번 연도도 수고 많았어.

한국에 가기 전까지 남은 며칠간은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던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었으면 좋겠네.

 

후우, 다시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서

먼저 숨을 내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