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 暮らし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 올 것 같으면 우산을 넣고 날이 갤 것 같으면 빨래를 널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선다 매일 신문을 읽고 자기 일만이 아니라 언제나 세계의 당사자로 산다 돈을 쥐락펴락하지도 연연하지도 않고 해야할 것을 담담히 그 대가로 돈과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돈도 노력도 마음도 정말로 원하는 것에만 아낌없이 들인다 모양이 예쁜 주먹밥을 만들고 계절 채소로 반찬을 해서 먹는다 이불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여섯 시간은 잔다 어떠한 것도 올곧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소홀하지 않는다 편지의 글자는 마음의 모양 글자와 행의 간격 모두 당신 그 자체 하루하루 쌓아 올린 인생을 제대로 산다 처세에 능한 사람 요령이 좋은 사람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만이 득을 보는 ..
에필로그 당신이 작은 상자를 열 때 나는 먼 마을에 있고 잰걸음으로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하루하루 생긴 일들에서 떠오르는 희로애락에 떠밀려 가듯이 당신에게 작은 상자를 보낸 것일랑 떠올리지 않고 있었다 당신이 작은 상자를 마당의 흙에 풀어놓으면 거기에 섞인 작은 씨앗이 이름 없는 보랏빛 꽃을 피우고 꽃에 열매가 맺히면 새가 열매를 쪼아 대려 온다 한참을 마당에서 놀고 하늘로 돌아가는 새 그 날개를 올려보고 당신은 숨을 한 번 내쉰다 그리고 위를 보면서 쉬는 한숨은 심호흡이 된다는 것을 안다 당신의 입술에서 생겨난 나비의 작은 날갯짓과도 같은 바람은 잠 못 드는 나의 마을에 밤의 빗구름을 데려온다 잠 못 드는 밤이 있는 건 누군가 나의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그 상자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있을까 문득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