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ani humi) 당신이 작은 상자를 열 때
에필로그 당신이 작은 상자를 열 때 나는 먼 마을에 있고 잰걸음으로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하루하루 생긴 일들에서 떠오르는 희로애락에 떠밀려 가듯이 당신에게 작은 상자를 보낸 것일랑 떠올리지 않고 있었다 당신이 작은 상자를 마당의 흙에 풀어놓으면 거기에 섞인 작은 씨앗이 이름 없는 보랏빛 꽃을 피우고 꽃에 열매가 맺히면 새가 열매를 쪼아 대려 온다 한참을 마당에서 놀고 하늘로 돌아가는 새 그 날개를 올려보고 당신은 숨을 한 번 내쉰다 그리고 위를 보면서 쉬는 한숨은 심호흡이 된다는 것을 안다 당신의 입술에서 생겨난 나비의 작은 날갯짓과도 같은 바람은 잠 못 드는 나의 마을에 밤의 빗구름을 데려온다 잠 못 드는 밤이 있는 건 누군가 나의 꿈을 꾸고 있기 때문에 그 상자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있을까 문득 마음 ..
poetry
2019. 10. 23.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