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higaki rin) 표찰
표찰 자기가 사는 곳에는 자기가 표찰을 거는 게 제일이다. 자기가 몸을 뉘이는 장소에 타인이 걸어 주는 표찰은 언제나 쓸 만한 게 못 된다. 병원에 입원하니 병실 문패에는 이시가키 린 님이라고 님이 붙었다. 여관에 묵어도 방 바깥에 이름은 없지만 이윽고 화장로의 관에 들어가면 닫은 문짝 위로 이시가키 린 귀하라는 팻말이 걸리겠지 그때 내가 거부할 수 있는가? 님도 귀하도 붙어서는 안 된다, 내가 사는 곳에는 내 손으로 표찰을 거는 게 제일이다. 정신이 깃든 곳도 다른 사람이 표찰을 걸어서는 안 된다. 이시가키 린 그걸로 충분하다. - 石垣りん、『石垣りん詩集』 (2010) - 더보기 이시가키 린 (石垣りん, 1920-2004) 일주일 전 표지에 이끌려 펼친 시집에서 옮겨적고 싶은 시를 만났다. 그런데 책에..
poetry
2019. 10. 2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