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마음사전
이십대 인간의 생물학적 고독에 대해 이해를 했으면서도 그대는, 어두운 숲 속에서 눈을 감고 기도한다. 이것이 가설에 불과하기를. 그대는 터널처럼 외로운 날들을 통과하며, 터널 밖의 외로움이 더 헛헛할까 봐 미리 불안해하고, 그 터널 속에서 손전등이 방전될까 봐 더더욱 불안해하지만, 또각또각 일보일보 전진한다. 그대에겐 모든 유년의 기억도 한꺼번에 불어 닥치고, 해내야만 할 일도 한꺼번에 불어 닥친다. 비와 폭풍우 속에서 그대는 그대 몫의 생에 무책임하고 싶어지고 동시에 완벽하게 책임지고 싶어져서, 폭풍 전야처럼 하루하루 비장하고, 폭풍에 내맡겨진 나무들처럼 흔들린다. 그대는 마음을 어디 두고 온 것 같이 멍청하기도 하고 태연하기도 하다. 먼 곳을 응시하는 것 같은 눈이지만 현실을 흘낏거리는 자신 없는 눈..
carry
2019. 10. 30.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