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맺고 끊어야 할 때,타이밍이라는 건 있는 건지도 몰라서아무리 바쁘고 여유가 없어도,그대로 내버려두면 어떤 것은 계속 이어져나가다가다른 생각의 흐름 안에 녹아 포괄되기도 하고,또 다른 것은 타성의 연장선 위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도 만든다. *어쩌면 그래서였는지,신년도의 시작은, 내가 느껴야 할 것이 아닐 부채의식을 느끼게 하는나의 것이 아닌 감정을 1인칭으로 겪는 이상한 꿈을 꾸다가 아침 일찍 눈을 떴다.4월부터는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려고 생각했었던 차였고,그로인해 첫 날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빠른 시각에 그 목표를 이뤄버린 셈이다. 원인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어도, 결과적으로 꼭 나쁘지 않은 것,혹은 어떤 현상 자체가 그렇게 달가운 것이 아니어도,그것이 지금 나의 상황에는 오히려..
*오른쪽 얼굴이 기울어진 달을 보면서 집으로 왔다. *새로운 달의 주기가 시작되는 날(新月)이라고만 알고 있던 논문심사날은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이라고도 했다.작년에 내게 한국어 대강(代講)을 부탁하던 박사과정 분은 크리스마스가 심사라고 했었는데올 해 내 심사는 설날 당일이었다.그마저도 다른 사람들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장소에 따라 빨간 날은 다르다고 해서. *일 년에 걸쳐 밟아온 과정의 마지막 단계, 그리고 새 해의 첫 날.한 해의 마무리, 혹은 시작. 심사 당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정말이지 도망가고 싶었지만.대면 심사를 원하던 나와 의견이 같으셨던 이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난 코로나 사태 이후의 논문 심사로서는 거의 드물게 대면&비대면 병행 형태로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의외로 이러한 형..
*우유 빛깔 미래.불투명하다 못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백지같은 그것에는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다,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친구와의 대화에서 막연함을 익살스럽게 바꿔보려고 이 말을 썼던 것 같지만,지금은 양극에 있는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이런 표현이 얄궂게도 느껴진다. 사람들은 곧잘 글을 쓰는 행위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인 듯 말하지만,사실 그것보다는 비유를 구사한다는 점이 더 고유한 점이지 않을까 싶다.겪어보지 못한 일도 마치 겪어본 것처럼 쓰고,또 느끼게 하는 그런 능력. 다만, 그것이 어떠한 우열을 가려내는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대개의 능력이 그러하듯, 때와 상황에 따라 잘 쓰면 좋은 것이고,그렇지 않다면, 그렇지는 못할 것이다. *사는 것이 쉽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편지를 쓴다는 건 어렵다. 항상 기쁜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이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대개 그것은 속에 깊이 담아두고있던 이야기까지 옮겨내는 것이 되고는 하니까.벌써 10년이나 지나버렸지만"사실 보내지 않을 생각으로 쓴 건데" 라면서 연습장에 적었던 쪽지를 용기 있게 건내준 친구를 떠올린다.그리고 이제와서 밝히건데, 나 또한 답장을 오랜 기간에 걸쳐서 조금씩 빼곡하게 적었었다.그러고는 전해주지 못했지. 이 방 안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르는 그것을. 나에게는 몇 가지 고집이 있다.(최근에 발견한 이벤트적인 콘셉트를 제외하고는)편지라는 고백은 고유한 한 사람이 또한 그 사람에게 있어서 고유한 이에게 적어서 보내는 것이라는 것.그리고 어떠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할 때 그 내용이 아주 중요할 ..
* 살아지는 대로 살고 있다.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해야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남겨진 과정 혹은 과제같아서. 막 산다는 뜻은 아니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것에 가깝다. 혹은, 너무 긴 시간 어떤 생각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후자는 쓰면서 깨달은 것인데, 아직 그렇게 하고 있지는 못한 것도 같다. * 요즘 자문하는 몇 가지 질문 중 하나는 "어제 내가 사람을 만났었던가?"이다. 물론 '사람'이야 만났겠지만, 어떠한 매개가 있어야 만날 수 있는 -대개의 경우, 내가 고객 혹은 수혜자의 입장이 되는-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을 만났던가?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도서관을 향하다가 그런, 친구를 우연히 ..
0.요즈음의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고나서말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었다는 걸 알았다.말이 필요하지만 두 가지가 나를 방해한다.그래서 내 안에서 길어 내야할 것들을자꾸 다른 곳에서 퍼다가 채우려고 하고,그것들의 파동 때문에 울렁거리고 메스꺼웠다. 1.애쓴다.연구실 선배가 종종 그런 말을 했다.되돌아보건대 그건 대개 말을 쥐어짜내기위한 것이고타인에게 헌신하기 위한 것이었다.더 좋은 무언가를 위해서. 그리고, 억누른다.내게 있어서 침묵은 무관심과 무시가 아닌염려의 산물이어서그것이 상처가 되는 말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하다가어느 순간부터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말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애를 쓰면 정말 좋은 것이 나왔던가.어쩌면 생각대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오히려 잘 안 되고 날 힘들게하던 모든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