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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하지 않으면서도 성급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지만 쉽지않다.
사무적인 것들도 지인의 연락도 답신을 보내지 않은 채로 빠뜨리고 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다들 호의를 가지고 배려를 해주고 있는데
내가 미처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않다.
선행연구에 대한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서 연구실에서 계속 앉아있었다.
다른 이가 쓴 논문을 읽을 때는 이들도 이런 고충을 겪었을 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데
사실 쉽게 읽히는 글일수록 굉장히 어렵게 쓰인 것이겠지.
겉모습은 차분하기 그지 없지만 이면에서는 온갖 감정을 쓴 것들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가 자정이 될 즈음에 연구실을 나오면서
마침 집에 가는 R과 마주쳤다.
이 시간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때에 또 다른 누군가가 쓰는 고독과 마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곤한다.
동생이 며칠전에 연구와 관련된 거 아니냐며 영상을 공유해줬다.
“사랑한다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이었는데,
국내입양인이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낮에 눈물을 쏟아내야했지만
내가 왜 입양에 대한 연구를 하게된 건지 떠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많이 울어야하겠지.
힘은 들겠지만 자학적인 행동이 아니기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믿고있다.
여러 많은 말들이 내 안에서 울렸지만
“살아볼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한 감사”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살아보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일까.
아직 내가 도달하기 너무 어려운 말이다.
다만, 혼자서 분투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주변에서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는 것,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 속에 있다는 것.
거기서 느끼는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형식적인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계획서를 써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번 달을 넘기지 않고 써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용히
글을 쓰는 고독과 마주한 모두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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