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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015.08.23

believe.in.the.best 2015. 8. 23. 21:21
0.
떠남,이란 단어의 울림이 동경의 대상이었던것 같다. 떠난다고 생각했을때의 설레임.

1.
우리에게 있어서의 떠남은, 곧잘 여행과도같은 일탈의 냄새를 풍겼던것일런지.

나도 떠나고싶다,란 생각은
내가 지금도 떠남의 상태란 걸 깨닫게했다.
떠나고나서, 조금은 오랫동안 계속 머물러있다보니, 이 곳의 내음이 나에게도 배어있다는 거지. 마치 정착한 사람처럼.

사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해서, 한국에가면 엄마랑 동생은 내게서 '일본냄새'가 난다고 한다. 언니가 대학생때 집에 돌아오면 내가 하던 말이기도 했다. 샴푸나 세제의 향인건지 뭔지, 여기선 잘모르다가도, 한국에있다보면 나와는 다르기에 느끼는 냄새가있다. 그걸 느끼고나면 내 짐꾸러미에서 나는 '일본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게된다.

내가 느낀 그 후각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향수라 부르는 우리의 추억은, 동경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고 쉽사리 재현해낼 수 없다.

2.
떠난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떠난다는 건, 지금 있는 곳이 나에게 있어 편하지 않기 때문이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떠나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라서.

요즘에도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 일본에 왔어요?

글쎄요...

말을 흐리면서, 내 머릿속에 가장 선명히 떠오르는 이유를 생각하면 '지금이 아니면 떠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엄마가 일본사람이라는 것도 분명 계기였을테고, 언니가 먼저 유학을 가서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막연히 나도 그 길을 가야겠다생각했고, 그건 한국에서 입시를 치러낼 자신이 없었기때문에 더 현실성을 띠어갔다. 이 쪽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샌가, 지금이 아니면 한국사회 안에서 안주하며 살 것 같다는 불안, 앞으로 기회가 거의 없을 거란 예상이 내 안에 매꿔져갔다.

지금 이 곳을 떠나도, 내겐 아무것도 미련이 남을 게 없었다.

3.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은, 떠나고 얼마나 지나서였을까, 2년쯤 지난 대학교 1학년 때? 2호선을 타고 엄마랑 집에 돌아가고 있었다. 한국을 몇차례 왕복해도, 이전의 그 일상이 계속되는 느낌, 전철에서부터 집에오는 버스까지, 내가 돌아다닌 공간의 공기들, 그 무게로 가득한 느낌이 들어서. 아, 떠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싫다는 게 아니다.일본에 있으면서 페이스북을 보면 중고등학교때 친구들이 같이 만나서 치맥을 먹고있다는 둥 사진을 올려놓은 걸 보며, 그 '일상'으로 기대되는 모습이 비일상이 된 입장에서는 많이 외로웠다. 여러 생각이 많아 얘기하고 싶어도, 잠깐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은 항상 직접 만날 수 없고, 또 고민하다 연락해봐도 타이밍이 항상 엇갈렸다. 혼자서 삭이던 시간, 혼자라는 생각. 얘기할 수 없다는 생각.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오랜만에'란 이름으로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단 걸 알고, SNS가 단면만 비춘다는 것도 이해하고부터는 그런 기분도 차츰 누그러졌다. 그 사이엔 몇 년이라는 시차가 있었다.

4.
일상이 비일상이되고, 비일상이 일상으로, 교차하고 비중이 옮겨지고나서. 어디든 그 나름의 장점이 있고 또 단점도 있는데, 내가 어떤 것들을 견뎌낼 수 있는지, 어디가 가장 불편하지 않다 느끼는지. 내가 있을 곳,이란 걸 정한다면 이런 것들이 조건일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난, 내가 계속 있을 곳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슬슬 떠날 때가 됬는데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는 건 이 곳도 정류하는 지점이란 건지. 어딜 가든 그 곳의 힘듦이 있을테니, 맹목적으로 이끌리는 동경의 냄새는 옅어졌지만, 그래도 떠난다는 말이 가지는 파장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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