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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취기가 올라온다.
오랜만에, 냉장고에 넣어두고 풍경처럼 묵혀있던 병을 꺼냈다.
유리로 된 잔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남아있는 컵을 하나 꺼내 와인을 따랐다.
그렇게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아닐 듯한 칠레산이라 적힌, 13도의.
하도 마시지 않으니 뭐라도 요리를 만들어서 잔뜩 부어넣을까 했었던 시간의 길이처럼
오늘 오랜만에, 한 일 년쯤만에 마주한 감정 때문인지
연말이라서 정신이 없어서인지
1.
어느 쪽 때문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밖에서 부터의 자극이 있다해도 자기 스스로의 면역력 또한 키워야 한다라는
그런 말을, 그러고보니 들었다.
그 전에, 내 스스로 감정의 연습을 해야한다,
또 그렇게 심각하게 내 안에서 파장이 넓어지게 붙들고 있지 말자는 생각도 했다.
그러고보니 4년 전 쯤
내 안에서 싸하고 퍼져나가게 갑자기 센 술을 마시고는
몸이 채 감당해내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궁지에 몰렸을 때 집에 빨리 돌아오는 게 아니라 밖을 돌아다니거나
되도록 밝은 조명이 있는 곳을 찾고
평소에 하고 싶지 않던 잡다한 일들을 괜히 빠릿빠릿하게 처리하고
청소도 하고
글을 적어보자고 앉았는데
머리가 멍해진다.
어떤 의미에선 바라던 바다.
이제,
내일 아침 일어나보면 알 수 있을 거다.
그 순간에는 큰 감정적 동요가 있었다해도
아침에 깨서 머릿속에서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단발적인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내 자신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큰 흔들림을 동반 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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