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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019.06.04

believe.in.the.best 2019. 6. 4. 02:43

0.
메일을 열어보면 아직 어제인 곳에서부터 답신이 와있을 거지만
굳이 열어보지는 않았다.
확인하면 내일이 시작될텐데
오늘을 아직 끝마치지 못해서.

1.
시차라는 것도, 요일도
인위적으로 정한 게임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하루를 끝마치지 못해서
0시를 넘어도 1초전과 같은 이름으로 이 시간의 연속성을 부르고 싶지만,
제목에 적은 건 0시 이후의 날짜.
이걸 굳이 같은 지점으로 통일시켜서 3일이라 고쳐쓰는 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답신이 오기로 한 곳과 같은 미국에서 오래도록 대학생활을 한 I에게서도,
연락이 오기로 되어있었다.
0시40분에 "내일 답변 할게요!" 라고 적은 메일이 와서
여기에 써있는 내일은 언제인걸까,라 생각하며 기다려봤건만
그에게 있어서 내일은 24시간 이상 지난 어느 즈음인것일런지,
아직 해답은 얻지 못했다.


피곤하니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면서도,
애매한 기다림은 흐지부지하게 시간을 떼우게 한다.


2.
오늘 이 곳에 온 건 시간에 대해 얘기하려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시간에 대한 생각에서 멈춰서버리고 말았으니,
내 속에서의 발화는 말문이 막혔어도, 열린 듯 닫힌 듯한 이 곳에 글로 적어보면,
그렇게 정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 마침 어수선했던 자료를 분류해넣고 정리한 것 처럼,
종이테잎에 시간,이라 쓰고 파일에 붙이는 거다.

피곤한데 잠은 안오고 불현듯 어디서 비약이 일어난 건지도 모를 전개로,
어제도 오늘도 난 설명하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이었어요?
라는 질문을 받아서 대답한다.
나는 어째서인지 질문한 이와 듣는 이를 납득시킬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찾아서
한국어로 열심히 설명하는데
말을 이어가기엔 일본어로 사고하는 게 더 편해서 언어가 바뀌고 어느새 나 혼자 독백을 한다.

그러다가,

내가 결코 구체적인 말들로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없게 된 그 사람은,
단지 같이 있을 때 보내는 그 때 그 시간만이 전부인 사람이란 생각이 들고,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 사이사이가 이어져있고 앞으로를 내다보고 있었는데,
서로가 다른 시간을 보고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더 많이 할애한 나의 시간들과,
굳이 제도의 이름을 빌려서 고정시키지 않는다해도 앞으로라는 이름에 담긴 관계의 깊이,

내가 먹먹해지는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너무나 익숙했던 이해, 
그 사사로운 모래들의 축적이,
갑자기 그것들을 담아놓은 페트병이 사라져서 다 아스라지고
아무것도 모르게 된 것 같은 이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당신이 나쁜게 아니라,
당신은 내 이 시간들을 담아내기위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는 없는 사람이었던 걸,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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