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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제출했다.
그러고나서 예상된 수순(몸살)을 밟았다.
몸이 힘든 며칠을 보내고나니
이제는 그것보다도 내가 나에게 적응이 안 되서 피곤한 것 같아졌다.
어떻게하면 좋은건지 모르겠어서
일단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려고 하고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고 나서 후련한 것보다도
이걸로 정말 괜찮은걸까 싶은 느낌에 압도되는 바람에
제출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하루에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말했다.
친구는 달성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기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서 어떻게든 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사람들이 자꾸 도와줘서 때려치우질 못한다고,
연구실 선배한테 우스갯소리로 말하긴 했지만
논문을 내고나서 뒤늦은 점심을 먹다가
도와준 사람들이 떠오르고
내가 받은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져서 눈물이 핑돌았다.
아직 정신은 돌아오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주변상황은 빠르게 돌아가서
제출후의 진로에 대해 묻는 이들도 있었다.
아, 계획이 있는 삶...
논문을 제출한 후에는 심사를 통과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내가 있어야할 곳을 찾아야한다는 뜻이기도 했나보다.
저지른 후에 깨닫는 나는
내 생각보다 무모한 인간이었나.
그래도, 이번에 내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 일단락지은 그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마음이 논문에서 멀어져버렸을 것 같아서.
매듭을 지어서 다행이다.
논문을 내는게 수습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과정의 70퍼센트 정도까지 온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제 우연히 마주친 서 선생님이 말하신 것처럼
지금은 일단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으려한다.
조금씩 기력을 되찾고 나의 균형을 찾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살펴봐야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도
조금 더 내다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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